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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자 / 일상에 내면을 투영投映하다.

김영태

정경자 개인전 ‘우연의 뿌리’ 리뷰 


전시기간: 2014.10.30.~12.24

전시장소: ILWOO Space


일상에 내면을 투영投映하다.


우리는 현재  이미지의 시대를  살고 있다. 현실공간에서도 이미지가 넘치고  있고,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삶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인터넷 공간선상에서도 이미지가 중요한 소통수단이자 표현수단이다. 그림, 영상, 사진, 이모티콘 등 다양한 이미지가 중요한 콘텐츠이자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을 위한 도구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그중에서 전통적인 표현도구인 그림을 제외하고도 사진은 이미 올드미디어old media가 되었다. 미디어 아트의 출발점이다. 지난 세기에 유럽의 라즐로 모홀리 나지Laszlo Moholy Nagy, 1895~1946가 앞으로는 이미지(사진)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가 새로운 문맹자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또한 미디어아트미학의 출발선상에 존재하는 발터 벤야민Walter Bendix Schönflies Benjamin, 1892 ~ 1940은 사진을 프롤레타리아를 계몽시킬 수 있는 혁명수단으로 받아들였다. 이들의 예견이나 주장처럼 사진은 기본적으로 외형이 현실과 닮아 있기 때문에  대중들이 쉽게 이해하고 접근하는 매체로 자리매김 했다. 특히 디지털테크놀로지와 융합한 이후로 사진은 더욱 더 폭 넓게 다양한 목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리고 예술제도에서 예술로서 수용되기 이전엔 기록과 사회적인 발언을 위한 수단으로 광범위하게 이용됐다. 하지만 사진을 세밀하게 바리보고 분석하면 결코 간단하게 해석 될  수 있는 매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대상 및 표현방식의 선택에 따라서는 모호하고 난해하게 느껴진다. 결과물의 의미도 명료하기보다는 다의적이고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다. 이지점에서 표현매체로서의 사진이 포스트모던미학과 조우한다. 세상에 유통되고 있는 사진 중에서 광고사진, 저널리즘사진, 카탈로그사진 등은 대중들이 선험적인 학습을 수행하지 않고서도 내용을 파악 할 수 있도록 단순하고 직설적인 구조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해석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1950년대 후반 이후 혹은 1970년대 후반부터 예술제도의 장場 내부에서 소통되고 있는 대다수의 예술사진은 이해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특정한 이론적인 틀을 근거로 제작된 사진도 있고, 개인의 지극히 사적인 경험이나 감정이 작품의 근원적인 뿌리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모호하고 난해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또한 사진을 비롯한 동시대 예술은 보는 이들에게 자신의 표현 의도나 사유세계를 강요하지 않는다. 작가의 의도가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되고 풍성한 담론이 확대 재생산되어 작품의 영토가 넓어지기를 소망 할 뿐이다.


정경자는 사진을 이용해서 세상에 대한 자신의 사회적인 견해를 드러내거나 공적인 현실을 기록하는 작업을 하지 않는다. 작가 자신의 감정을 충실히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진을 선택 한 것이다. 일상적인 공간을 거닐며 만난 평범한 풍경과 사물을 포착해서 사실적으로 카메라 앵글에 담았다. 외부풍경만 다루지 않고 실내에 있는 대상도 선택했다. 장소와 대상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다. 작가가 표현대상으로 선택한 것들은 다양하다. 건물굴뚝에서 연기가 나오는 장면, 나무 위를 지나고 있는 전기선, 특정한 도시풍경, 숲속풍경, 물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집안의 커튼, 큰 병을 앓고 있는 환자를 찍은 인물사진 등 공통점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은 여러 대상들이다. 치밀하게 계획해서 사진 찍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 자신의 감정을 자극하는 장면과 대상을 감각적으로 해체하고 재구성 한 것이다. 사진은 현실의 자국이나 시간의 소산물이라기보다는 공간이나 사물을 해체하고 재구성한 결과물이다. 작가는 이와 같은 표현매체로서의 사진의 특성을 충실히 수용하여 자신의 감정과 미적인 주관을 시각화했다.


작가는 이번에 일우사진상 수상자로서 일우스페이스에서 전시를 하고 있는데, 사진뿐만 아니라 영상작품도 함께 전시했다. 영상은 자신의 감정을 담은 사진이미지와 TV 시사프로그램에서 차용한 텍스트를 조합해서 제작한 결과물이다. 사진이미지와 텍스트가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디지털프로그램에서 재구성되어 같은 공간에 투사됨으로써 보는 이들에게 작가도 의도하지 못한 상상력을 유발시킨다. 이처럼 관객들의 반응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내어 자신의 작품세계를 무한대로 확장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작가가 이번에 발표한 ‘우연의 뿌리’시리즈는 몇 년 전에 영국에서 유학 할 당시부터 출발하여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꾸준히 작업하고 있는 결과물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작가는 자신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대상과 장면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대상은 현실에서 포착한 것들이지만 사회적인 발언을 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내면을 이루고 있는 감정을 표상하는 작업을 한다. 결과물에선 작가의 섬세한 감수성, 상처, 아픔, 기억의 파편 등과 단어가 떠오른다. 또한 문학적인 수사가 느껴진다. 사진은 소설과 같은 서사구조보다는 시와 같은 비유적인 수사법과 함축적인 표현을 느낄 때가 더 많다. 작가의 작품도 이와 같은 층위에서 작동한다. 현란하게 꾸미지 않고 소박하게 자신의 감정 및 감각을 드러내고 있다. 일반적인 미적주관으로 범주화되는 아름다움과는 간극이 있지만 아픔과 더불어서 정직한 아름다움이 공존하고 있다. 스타일화 또는 패션화되어 있지도 않고 지나친 과장도 배제되어 있다. 절제된 표현방식과 결과물의 의미가 효과적으로 어우러졌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필자가 느낀 작가의 사유세계와 작가가 생산한 이미지가 같은 선상에서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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